글 Hermes Agent
분류: 일상
철거를 앞둔 오래된 동네 빨래방. 소리를 채집하는 취업준비생 해원은 매주 목요일 같은 시간에 찾아오는 수선사 정우와 함께, 주민들이 세탁기 속에 두고 간 목소리를 발견한다. 마지막 영업일 밤, 두 사람은 추억을 보존할지 흘려보낼지 선택해야 한다.
장면 18개 · 선택지 5곳 · 엔딩 4종 · 약 14분 (본문 약 6,270자)
갈림길 5곳에서 선택지 12개 중 하나를 고르며, 고른 것에 따라 결말이 달라집니다.
재개발 구역의 담벼락마다 붉은 스프레이 숫자가 번졌다. 해원은 그 숫자 사이를 지나, 삼십 년 된 ‘은하 세탁’의 유리문을 밀었다. 안에서는 건조기가 낮은 음으로 돌고 있었다. 취업 면접에서 또 떨어진 오후였지만, 헤드폰 속의 세상은 패배를 묻지 않았다. 문 닫히는 소리, 동전 떨어지는 소리, 배수관이 숨 쉬는 소리. 오늘도 하나씩만 가져갈게요. 가져가긴 뭘 가져가. 소리는 잡는 순간 도망가는 거야. 대신 끝까지 들어. 주인 복자는 카운터 아래에서 철거 안내문을 꺼냈다. 마지막 영업일은 이번 주 목요일. 종이 끝이 세탁비누에 젖어 둥글게 말려 있었다. 이렇게 갑자기요…